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의 변화는 곧 소비자의 행태가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대해 이타마르 시몬슨과 엠마뉴엘 로젠은 '절대가치'(Absolute Value)라는 극단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마케팅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기존 마케팅조차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몬슨 교수는 행동적 의사결정이론의 대표학자다. 그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접목시켜 수십편의 논문을 저술했고, 주로 정보 프레이밍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혀왔다. 그간 해왔던 연구들을 스스로 뒤집는 책이 바로 <절대가치>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상대가치’가 아닌 ‘절대가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한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절대가치란 무엇일까? 절대가치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실제로 경험하는 품질 또는 가치를 의미한다.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고 내린 가치판단이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조성됐다. 이 때문에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절대가치를 용이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외에도 다른 사용자들에게서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언제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말보다 이들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상대가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본래 가지고 있는 특장점 외의 요소로써 브랜드 파워, 프레임의 구성, 나아가 감성적인 부분이나 이미지의 영향에 따른 가치 등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행동경제학에서 상정하는 모델처럼 즉흥적으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예컨대 노트북을 살 때 수많은 회사와 제품에 관한 정보들을 비교 검토하며 가격뿐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참고로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절대가치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제한된 조건으로 이뤄지는 상품구매 행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프레임(Frame), 맥락(Context), 준거 가격(Reference price) 구성과 같은 마케팅 기법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자료를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소비자 예측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을 이끌어내려는 전통적인 시장조사 기법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면서 미래의 시장조사에 대해서 언급한다. 장기적인 소비자의 선호예측보다는 맥락에 기초한 상황예측과 마케팅 담당자들의 단기적인 반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마케터는 소비자 선호, 기대치, 만족도, 충성도를 측정하는 것보다 잠재고객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낫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추적, 대응하는 정교한 도구와 정보환경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타마르 시몬슨, 엠마뉴엘 로젠 지음 ·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